제목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
감독 : 이준익
출연 : 차승원, 황정민, 백성원, 한지혜 외
영화를 본지는 꽤 됐습니다만 감상글을 쓰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어디 한번 원작을 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원작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한다지만, 그 영화가 원작의 주제를 계승한 것인지, 아니면 그낭 배경과 소재만 따 온 것인지는 판가름 해야겠기에 원작까지 구입해서 독파했죠.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 영화는 그냥 영화 자체로만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래도 원작에서 말하는 깊은 철학적 내용은 그렇다 쳐도, 견자의 성장을 두시간도 안되는 시간 안에 담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되니까 말이죠. 아마 이준익 감독도 뭔가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테지요.
어쨌거나 뭔가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야망을 가진 한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은 한 서자가 복수를 하길 원하며, 멋들어진 맹인 검객에게 검술을 배워 복수를 이룬다는 기본 줄기를 가지고 꽤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됩니다. 사극에 복수극이라고 하지만 너무 진지하지 않고, 이준익 감독 영화라면 간간히 등장하는 소박한 유머들도 적절해서 어둡지도 않습니다. 칼을 가지고 대결하는 장면들과 경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물론 이야기 진행이 너무 빠른 나머지 내러티브가 부족한 것과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 등장인물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거창한 작품을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면 재미있게 볼만하다는게 첫 인상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재미있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묘한 뭔가가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은, 아마도 이준익 감독 특유의 풍자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를 맞이하는 갖가지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몽학은 나라를 지킨다는 것 이면에 자신의 야욕을 숨깁니다. 견자야 시국에는 상관없이 오직 복수에만 전념하는 듯 하구요. 거기다 동인과 서인의 정치놀음은 마치 오늘날 저곳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걸 두고 보는 선조의 모습하며... 마지막 한양 궁궐까지 쳐들어온 대동계 사람들이 빈 궁궐을 보면서 분노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네요.
설정만 가지고 와서 오리지날 스토리로 가더라도 잘 살릴 수 있을 법 했던 이야기를 너무나 적당한(?) 수준으로 다듬으려 했던 것이 많이 아쉽긴 합니다. 특히 상당히 매력적인 황정학이라는 캐릭터가 설명이 많이 부족해 잘 살아나지 못한 것이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학을 돋보이게 해준 것은 황정민의 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왕의 남자'를 생각해 볼 때 아쉬운 것이 많지만, 어떻게 보면 이준익 감독은 B급 영화 스타일이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그런 느낌과 스타일 때문에 저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나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 버스터 영화라는 생각은 버리시길 바라며, 또 원작을 충분히 살린 영화일 거라는 기대도 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김창완 씨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야 알았네요. 보는 내내 그 사람이 김창완 씨였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었습니다... .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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