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이적의 첫번째 음반은 이런 종류의 음반이 아니었나 싶다. 그간 패닉과 카니발, 긱스 활동을 하면서 만들었던 곡 중, 음반에 실을 수 없었던 것들을 모아서 발매한 첫번째 솔로 음반은 특정한 방향성이 없는 잡탕식으로 음반의 완성도 면에서는 지극히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적 자신도 가장 부끄러운 음반이라고 했을 정도이니까.
비록 음반 자체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곡들은 나만의 노래가 된 양 한곡 한곡에 저마다의 매력들이 숨어있다. 비오는 날 내 마음을 적셔주는 'Rain'을 비롯해서 전부터 한곡씩 불러오던 어쿠스틱 발라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Dead End'는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다. 다른 건 몰라도 가사만큼은 패닉 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묘한 것들이다. 특히 '죽은 새들 날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세상의 뭔가를 찌르는 듯하고, 더구나 노래까지 기가막히니...
본인은 부끄러운 음반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빛을 보지 못하고 숨겨져 버렸을지도 모를 곡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팬의 입장으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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